

하늘을 우러르는 가마솥 모양의 해시계
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르는 가마솥 모양의 해시계’라는 뜻이다.
세로선은 시간을 나타내는 ‘시각선’이며, 가로선은 태양의 고도
변화를 나타내는 ‘절기선’이다. 중앙에는 시간을 가리키는 바늘인
‘영침’이 설치되어 있으며, 영침의 그림자가 시각선에 닿는 위치를
통해 시간을, 절기선에 닿는 위치를 통해
24절기를 알 수 있다. 시각선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시계 방향으로 진행한다. 그림자의 길이에 따르는
절기선은 하지에 가장 낮고 동지에 가장 높다.
농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씨앗을 뿌리고 언제 수확하는지,
계절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시간을 알려주는 도구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앙부일구는 절기선을 두어 계절의 흐름도
알려준다. <앙부일구, 풍요를 담는 그릇>이라는 전시 제목은
이처럼 단순히 시간을 측정하는 도구를 넘어 우리 계절의 흐름과
농시가 앙부일구에 담겨있음을 표현했다. 우리나라의 시간과 절기를
정확히 파악해 농시에 반영함으로써 많은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앙부일구는 하늘과 땅이 마주하며 오랜 시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 우리 선조들의 삶의 지혜를 담고 있다.

기획전 <하늘을 담은 그릇, 앙부일구>

시간의 의미와 앙부일구 속 메시지
하늘을 바라보며 농사와 더불어 살아온 선조들에게 ‘시간’이 어떤
의미였는지 그리고 앙부일구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는지
소개한다.
프롤로그에서는 ‘우주 속에 비친 나’를 통해 하늘과 인간, 자연이
서로를 비추고 있음을 미디어아트를 통해 체험할 수 있다. ‘하늘과
땅이 서로 거울처럼 마주 보고 있다’라는 문장을 읽었을 때, 이번
전시에서 그리고자 한 중심 이미지가 떠올랐으며, 이를 관람객이 볼
수 있게 했다.
‘1부 하늘을 바라보다’에서는 우리
선조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풍년을 기원하고, 국가의 운명을 점치기
위해 하늘의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던 과정을 다루고 있다. 하늘의
움직임을 기록으로 남긴 선조들의 경험과 지혜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이 공간은 새벽을 지나
하루가 시작되는 붉은 새벽빛으로 연출했으며, 하루의 시작을
상징하는 해가 떠오르는 시간대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2부 하늘에 물어보다’에서는 하늘을
관찰하며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읽고 농사 시기를 가늠해 온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과학기술의 발전을 보여준다. 천문과 관련된 문헌,
태양의 움직임을 통해 하늘의 시간을 읽어낸 도구들을 볼 수 있으며,
앙부일구와 다양한 형태의 해시계를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미디어아트를 통해 앙부일구가 담고 있는 시간과 농사의 흐름을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다. 공간은 푸른 하늘의 색으로 연출했으며
태양이 가장 높이 떠 있을 때 가장 푸르게 빛나는 모습을
표현했다.
‘3부 하늘을 읽다’에서는 태양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시간 체계를 세우고 농사에 적합한
24절기를 마련한 고유의 계절 체계를
보여주고자 했다. 선조들은 농사의 흐름을 체계화하고 계절마다
알맞게 배치해 백성들에게 풍요로움을 가져다주었다. 태양을 가득
머금은 자연의 생명이 느껴지는 초록색 공간에서 우리 농시를
표현하고자 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과거 흥선대원군의 별서인 석파정 뜰에서
우리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앙부일구의 다리 받침대와 크기가 거의
일치하는 석대를 발견했다. 이를 통해 다리가 네 개이거나 둥그렇게
홈이 파인 보통의 앙부일구와 달리 다리가 세 개인 앙부일구가
어떻게 설치되고 사용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관람객에게도 이
경험을 안겨주고 싶어 국립농업박물관 소장 앙부일구를 별개의 전시
공간으로 두고 밑에 삼발이 받침대를 두어 같이 볼 수 있도록 했다.
하늘의 변화는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시간과 계절의 흐름을
의미한다. 이번 전시가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읽어낸 선조들의
지혜를 되새기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농업의 시간 속으로
관람객을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앙부일구와 우리의 농시에 관심을 느끼고, 그 관심이
커다란 빛이 되어 우리의 앙부일구를 더 널리 비추길 기대한다.